역전패만 38번→삼성 분노의 88억 폭풍 투자… 691세이브 트리오, KBO 순위표 뒤흔드나
2022년 7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삼성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반등의 기대를 모았으나 순위표에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삼성은 지난해 61승82패1무(.427)로 리그 8위에 그쳤다. 9위 한화와 경기차는 반 경기, 10위 키움과 경기차는 두 경기에 불과했다. 최하위권에 묶인 것이다.
그렇다고 경기 내용이 아주 맥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결과는 결과였다. 삼성의 문제는 모두가 인정하듯 불펜이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KIA와 경기를 앞두고 “작년에는 역전패만 38번이었다”고 어려웠던 시기를 떠올렸다. 삼성은 리그에서 가장 역전패가 많은 팀이었고, 이는 팀 성적에 직결됨과 동시에 더그아웃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앉게 했다.
그런 삼성은 지난 오프시즌 불펜 보강에 총력을 기울였다. 2차 드래프트에서 쓸 만한 불펜 투수들을 물색해 유니폼을 입히는 것과 동시에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도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아예 오프시즌 최우선 타깃을 불펜 최대어였던 kt 마무리 김재윤으로 잡은 끝에 일찌감치 4년 58억 원 계약을 마무리했다. FA 시장 초기였던 지난해 11월 22일의 일이었다.
호시탐탐 추가 보강을 노리던 삼성은 올해 1월 5일 또 하나의 베테랑 불펜 투수인 임창민과 2년 총액 8억 원에 계약하며 한 명의 검증된 불펜 투수들을 추가했다. 여기에 마지막까지 협상에 난항을 겪기는 했지만 팀의 마무리인 오승환과도 2년 22억 원에 계약하며 세 불펜 투수에만 총액 88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 오프시즌 리그에서 삼성만큼 불펜에 진심인 팀은 없었다.
박진만 감독은 세 선수의 등장으로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 선수들이 대략적으로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박 감독은 가장 고민되는 지점으로 불펜을 뽑았다. 박 감독은 “불펜 엔트리가 고민이다. 작년에는 스트레스로 고민을 했다면, 올해는 그래도 행복한 고민이다”고 웃으면서 “보강이 많이 돼서 불펜이 탄탄해졌다. 확실히 작년과는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오승환이 9회, 김재윤이 8회, 임창민이 7회를 맡는다”고 필승조 구상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솔직히 작년에는 그런 보직이 없었다. 그냥 그 시기 때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들어갔다.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까 선수들도 많이 기용하게 됐고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소모를 많이 했다”면서 “올해는 보강이 많이 되면서 쉬어줄 때는 쉬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은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입된 세 선수 모두 확실한 자기 경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오승환은 KBO리그에서만 400세이브를 달성한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임창민은 20세이브 이상 시즌이 네 차례, 통산 122세이브를 기록했다. 리그 정상급 마무리 중 하나로 뽑히는 김재윤은 통산 169세이브를 거뒀다. 세 선수의 세이브 합계만 691세이브에 이른다.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이런 세이브 경력이 뭉친 집단은 삼성이 사실상 처음이다. 모두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라 위기 상황도 나눠들 수 있다.
여기에 박 감독은 다른 선수들도 주목하고 있다. 불펜 엔트리 8자리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다. 박 감독은 “좌완 쪽에서는 이재익이 좋아졌고,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최성훈도 볼이 좋더라. 변화구 각이 좋다. ABS 시스템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각 큰 커브를 가지고 있다”면서 “FA로 3명이 들어왔고 우리가 계획을 안 했던 최하늘도 구위가 좋아졌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지금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까지 고민이 계속 이어질 이유다.
역전패가 줄어들면 팀 성적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팀 분위기 또한 산다. 박 감독은 “작년에 38번이나 역전패를 했다. 그만큼 야수들도 불안감을 가지고 할 수밖에 없다. 후반이 되면 ‘또 역전패하는 것은 아닌가’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역전패를 하면 다음 날 후유증이 또 크다”면서 “38번 역전패했다는 것은, 그전에 우리가 리드를 가지고 갔다는 것이다. 보강이 잘 되어 있으니 그런 것만 잘 운용이 되면 작년보다는 확실히 좋아질 것”이라고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