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km→154km로 보여" 쏟아진 극찬 김택연이라 쓰는 '괴물신인'의 탄생
괜히 '슈퍼루키'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김택연(두산 베어스)이 한·미·일의 눈을 모두 사로잡았다.
팀 코리아 김택연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스페셜게임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동안 투구수 11구,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김택연은 지난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은 특급유망주로 프로 무대를 밟기 전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 선보인 압권의 투구 때문이었다. 당시 김택연은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설 정도로 빡빡한 일정 속에서 많은 공을 던졌는데, 그만큼 위기 상황에서 언제든 마운드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믿음직한 투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두산은 한화 이글스가 전체 1순위로 황준서를 지명하자, 2순위로 거침없이 김택연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리고 김택연만을 위한 특별 유니폼을 제작해 선물했고, 계약금 또한 황준서와 같은 3억 5000만원을 안겼다. 아직 정규시즌의 뚜껑을 열어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김택연이 선보인 임팩트는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다. '국민타자'는 '곰탈여우' 양의지도 김택연을 향해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내는 중.
'슈퍼루키' 김택연이 이승엽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이번 스프링캠프의 연습경기였다. 김택연은 지난달 17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2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4일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을 상대로는 세 개의 삼진으로 이닝을 매조졌고, 27일 세이부 라이온스 1군과 대결에서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김택연은 지난 3일 일본 후쿠오카 PayPay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 1군과 스페셜매치에서 최고 152km의 빠른 볼을 앞세워 1⅓이닝 동안 투구수 15구, 무실점으로 퍼펙트 투구를 뽐냈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두산과 마찬가지로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베스트 멤버를 모두 출격시켰는데, 김택연은 '홈런왕' 출신 야마카와 호타카를 비롯해 일본에서도 최강의 타선으로 불리는 소프트뱅크의 공격을 군더더기 없이 막아냈다. 야마카와를 비롯해 일본 언론은 '이제 고졸 선수'라는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양의지는 "구단에서 좋은 선수를 뽑아줬다. 잘 성장한다면 큰 무대에도 갈 수가 있는 선수인 것 같다. 택연이는 신인 같지 않다. 자신의 공을 (오)승환이 형처럼 던진다. 그냥 과감하게 (승부를) 들어가는데, 최근 본 신인 중에 최고의 투수가 아닌가 싶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승엽 감독 또한 "훈련과 경기를 하는 태도와 모습을 봤을 때 아직까지 흠 잡을 데가 없다. 18세의 나이에 저 정도라면, 씨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 확실히 스타가 될 자질을 갖고 있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현재 김택연은 두산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이 좋은 흐름이 시범경기로도 연결됐다. 김택연은 지난 9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공식전 첫 등판에서 1이닝을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그리고 11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첫 세이브 상황에서 2탈삼진 무실점을 마크했고, 15일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도 퍼펙트한 투구로 세이브를 손에 넣었다. 시범경기 성적은 3경기에서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는 중이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워낙 좋은 기량을 뽐낸 만큼 김택연은 자연스럽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LA 다저스와 맞대결을 가질 수 있는 팀 코리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택연은 샌디에이고를 상대로는 등판 기회를 갖지 못했으나, 류중일 감독은 다저스를 상대로 김택연에게 기회를 줄 뜻을 밝혔고, 현시점에서 월드시리즈(WS)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다저스 타선을 깔끔하게 잠재웠다. 김택연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2-4로 근소하게 뒤진 6회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제임스 아웃맨과 맞대결을 가졌다.
김택연은 첫 타자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단 2구만에 0B-2S의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등 1B-2S에서 5구째 93.7마일(약 50.8km)의 직구를 위닝샷으로 선택,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며 성인 국가대표 첫 발걸음을 뗐다. 이어 김택연은 아웃맨과의 승부에서는 시작부터 볼 세 개를 연달아 던지며 불리한 카운트에 놓였는데, 4~5째를 모두 스트라이크로 만들어낸 뒤 6구째 92.5마일(약 148.9km) 직구로 다시 한번 삼진을 뽑아내는 투구를 선보였다.
'슈퍼루키'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투구. 두 개의 삼진을 잡은 김택연은 임무를 완수한 뒤 황준서에게 바통을 넘겼는데, 고척스카이돔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찰 정도로 인상적인 투구를 남겼다. 이날 팀 코리아는 2-5로 패했지만, 김택연과 황준서가 함께 만들어낸 'KKK' 이닝 만으로 충분한 성과를 손에 넣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김택연에게는 그야말로 '극찬 세례'가 쏟아졌다. 류중일 감독은 "신인 (김)택연이와 (황)준서가 던지는 것을 보니, 어린 선수들이 많은 관중과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자신의 공을 던지는 것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선수가 어떤 선수가 될지 궁금하다. 정말 잘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는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또한 마찬가지였다. 로버츠 감독은 "아웃맨이 와서 내게 말을 하기를 '볼이 살아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공을 던졌다. 91마일의 공이 마치 95~96마일 처럼 느껴졌다. 김택연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며 "한국 투수들의 재능은 매우 뛰어나다. 우완, 좌완을 가리지 않고, 제구력을 갖춘 좋은 투수들이 많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택연이 공이 더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최고 RPM이 무려 2483으로 팀 코리아와 다저스 선수들 중 가장 좋았던 까닭. 공이 살아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김택연은 "대표팀으로서 첫 경기였기 때문에 내 공을 후회 없이 던지고 내려오자는 생각이었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초구를 던지고 긴장이 풀렸다"며 "가운데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했을 때 '칠 테면 쳐봐라'며 테스트를 하고자는 생각으로 던졌다. RPM은 몰랐는데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김택연은 지난 3일 소프트뱅크와 스페셜매치가 끝난 뒤에는 일본 홈런왕과 언론, 이날은 류중일 국가대표 감독과 로버츠 감독 등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한·미·일의 눈을 사로잡은 김택연. 정말 엄청난 신인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