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커리, 새로운 지원군이 절실하다
50만 포로가 끌려간 것을 비롯 변변한 저항 조차 하지 못했던 조선 역사상 최악의 전쟁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하고있는 영화 '최종병기 활'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활을 소재로한 역사 활극물이다. 역적의 자손이란 낙인이 찍힌채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던 주인공 남이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답답함을 산속에서 활을 쏘면서 풀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유일한 피붙이인 누이가 혼사를 치르던 중, 청나라 부대 니루가 고을을 습격했고 그녀 역시 포로로 잡혀가게 된다. 남이는 지체하지않고 청나라 부대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누이는 자신이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였기 때문이다. 남이는 무협영화속 주인공처럼 엄청난 무공을 갖추고있거나 신체능력이 특별한 인물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하다. 다만 그의 손에 활이 쥐어지게되면 달라진다. 천부적인 감각과 빼어난 머리까지 함께하는지라 단숨에 위협적인 신궁으로 바뀐다. 한발한발 본거지로 접근한 가운데 누이를 구출할 수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 청의 왕자 도르곤을 죽이게되고 청나라 정예부대의 추격이 시작된다.
남이는 산에 올라가 지형지물을 활용해 각개격파를 해나가며 위협요소를 하나씩 제거해나간다. 하지만 그를 쫓는 인물중에는 대단한 장수도 한명있었으니 다름아닌 쥬신타였다. 둘은 나란히 활의 명인이었지만 특기는 달랐다. 남이같은 경우 화살이 휘어져나가는 곡사 공격을 통해 추격하는 청나라 군인들을 당황스럽게했다.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탓인데 거기에 은폐 엄폐까지 더해졌는지라 홀로 그들과 맞서는 것이 가능했다. 여기에는 일명 애기살로 불리던 작은 화살인 ‘편전(片箭)’의 역할도 컸다. 크기는 보통 화살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속도와 힘 그리고 사거리까지 갖추고있는 실속있는 무기였다.
반면 쥬신타는 힘좋은 장수답게 '육량시(六兩矢)'를 사용했다. 화살 자체가 여섯냥이나 나가는 데 일반 각궁으로는 날리기조차 어려워 노련한 궁수조차 쓰기 까다로운 무기다. 쏘기가 쉽지않아서 그렇지 일단 격발되면 신체를 절단하거나 두명의 적을 동시에 관통할 정도의 위력을 자랑한다.
농구에서는 슈터를 ‘궁수’ 혹은 ‘저격수’에 비교한다. 멀리서 정확하게 특정부위를 맞추거나 통과시켜야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시도하는 슛에 비해 아무래도 성공률에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이른바 3점슛이 터지는 날에는 약팀이 강팀을 잡아내는 업셋도 종종 발행한다.
슈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단연 스테판 커리(36·190.5cm)다. 세계 최고 무대 NBA를 대표하는 슈터인지라 지구상 넘버1 슈터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3점슛에 관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있으며 리그 트랜드까지 바꿔버리며 슈터도 주인공이 될수있다는 것을 입증한 선수인지라 역대 넘버1이라고 칭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3점슛에 관해서는 그 어떤 찬사를 보내도 과하지않은 인물이 바로 커리다.
수년 전까지만해도 그의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매해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는 여전히 많은 팬들을 몰고다니며 사랑받고있지만 전력이 예전같지 않아지면서 최강팀 이미지는 흐려져가고 있다. 실제로 골든스테이트는 현재 53경기에서 27승 26패(승률 0.509)로 서부 컨퍼런스 10위에 그치고있다. 강호 골든스테이트를 기억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어색함을 느낄만한 성적이다.
커리는 여전하다. 50경기에서 평균 28득점(6위), 5어시스트, 4.4리바운드, 0.8스틸로 녹슬지않은 기량을 뽐내고있다. 장기인 3점슛같은 경우 경기당 5개를 적중시키며 42.1%의 성공률을 기록중이다. 3점슛 성공률 20위에 이름을 올리고있는 선수중 경기당 3개 이상을 기록하고있는 선수는 커리를 빼고는 C.J. 맥컬럼 (뉴올리언스)이 유일하다.
하지만 농구는 팀스포츠다. 커리의 활약만으로는 골든스테이트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쉽지않다. 함께 전성기를 일구었던 클레이 탐슨(34·201cm)과 드레이먼드 그린(34‧198cm)의 기량이 예전같지않다. 특히 탐슨의 부진이 심각하다. 한창시절 그는 리그 최고의 3&D 플레이어로 불렸다.
부상 이후에는 더 이상 그런 플레이를 찾아보기 쉽지않아졌다. 득점은 그럭저럭 가져가고 있지만 효율이 아닌 볼륨형으로 바뀌어가고있는지라 가성비가 높지않다. 거기에 수비력이 뚝 떨어져지며 골든스테이트 특유의 압박 디펜스가 많이 약해졌다. 그린같은 경우 특유의 수비와 패싱게임은 크게 녹슬지않았지만 여전히 사고뭉치다.
파이팅도 좋지만 아찔한 돌발행동을 통해 경기에 손해를 끼치거나 팀 분위기까지 해치기 일쑤다. ‘위무원’으로 불리며 지지난 시즌 우승에 큰 역할을 했던 앤드류 위긴스(29‧201cm)도 이후로는 당시만큼의 존재감을 보이지못하는 중이다. 물론 희망은 있다. 재능에 비해 좀처럼 알을 깨고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조나단 쿠밍가(22·201cm)가 한층 성장했다.
거기에 더해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9순위로 지명된 브랜든 포지엠스키(21‧193cm)가 데뷔시즌부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있는 모습이다. 높은 BQ를 앞세운 영리한 플레이가 인상적인데 일부에서는 ‘커리의 뒤를 이을 차세대 간판스타감이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있다.
지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가 우승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않았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가진 커리와 황금전사들은 큰 경기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때문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언제든지 대형사고를 칠 수 있는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최종병기 커리의 부담을 덜어주고 수비를 분산시켜줄 지원군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 고독한 궁수의 화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