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저격수 유기상, 우승 슈터 될까?
농구에서 ‘슈터’는 림을 향해 슛을 던지는 사람 혹은 슈팅 성공률이 높은 사람을 뜻한다. 정리해본다면 슛을 주무기로하며 그러한 플레이 스타일을 통해 공헌도를 가져가는 포지션이라고보면 맞겠다. 유형에 따라 많이 던질 수도 혹은 시도를 아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선수보다 성공률이 높고 승부처에서 믿을만한 신뢰를 줘야한다는 것이 팩트다.
대대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순간에는 빼어난 슈터들이 함께했다. ‘캥거루 슈터’ 조성원은 KCC 이지스 1차 왕조 시절 상대팀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보통 당시 KCC하면 패싱마스터 이상민과 언더사이즈 파워빅맨 조니 맥도웰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둘은 KCC 공격의 주 핵심이었다.
NBA 유타 재즈의 존 스탁턴과 칼 말론이 그랬듯 주거니받거니하면서 알고도 막기힘든 콤비로 군림했다. 하지만 딱 그 뿐이었으면 당시 KCC가 그토록 상대팀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에 신경쓰다보면 외곽에서 무차별 폭격을 감행하던 조성원은 또 다른 두려움이었다.
사실 조성원은 약점이 많은 슈터였다. 주로 2번자리에서 뛰기는 했지만 주 포지션은 스몰포워드였다. 플레이 스타일만 봐도 가드보다는 포워드에 가까웠다. 신장이 179cm에 불과한지라 상대팀들에서는 사이즈에서 앞서는 상대를 앞세워 집요하게 미스매치 공략을 했다. 다행히 1번 이상민이 바꿔막기를 해주고 3번 추승균이 수시로 도움수비를 들어와주면서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조성원은 사이즈에서 오는 약점을 스피드로 상당 부분 상쇄했다. 원체 운동능력이 좋고 발이 빠른지라 상대를 따라다니는 움직임이나 스틸에 능했으며 빈공간이 보인다싶으면 삽시간에 뚫고 들어가 돌파를 성공시켰다. 거기에 슛 타이밍이 빠르면서 특유의 변칙적인 리듬까지 갖추고있어 수비수를 앞에 두고도 3점슛을 거침없이 적중시키기 일쑤였다.
속공상황에서 터지는 조성원의 3점슛은 쇼타임 KCC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다. 단신의 약점을 다른 장점으로 완벽하게 덮어버린 대표적 선수로 챔피언결정전 3회 우승에서 모두 주역으로 활약했다. 비록 타팀이지만 LG시절 정규시즌 MVP 수상 경력까지 가지고있는지라 슈터로서의 커리어만 본다면 KBL역대 최고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세대학교 재학시절부터 국내를 대표하는 슈터로 명성을 쌓아온 ‘람보 슈터’ 문경은 역시 삼성 썬더스의 첫우승에 일조한 바 있다. 당시 기준으로 사이즈도 나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외곽슛을 꽂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를 받았다. 오랜시간 국가대표로서 활약한 이유다.
DB 또한 슈터덕을 많이 본 팀이다. DB 우승의 중심은 단연 빅맨 김주성이었으나 함께 우승을 합작한 슈터의 역할도 빠질 수 없다. 양경민은 중앙대 시절부터 날리던 슈터이면서도 강력한 대인 수비력까지 갖춘 대표적인 3&D플레이어였다. 첫우승 당시에는 불리한 상황에서 흐름을 바꾼 슈터형 단신 외국인선수 데이비드 잭슨의 공헌도가 컸다.
그 외 현대모비스는 김효범, 우지원, SK는 조상현, 허일영, 정관장은 김성철, 전성현 등이 외곽의 중심으로 함께했다. 공간 활용과 시너지효과를 위해서라도 확실한 슈터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예기치못한 부상으로 내년을 기약하고말았지만 전성현은 현재 리그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LG 역시 슈터와 인연이 많은 팀이다. 초대 사령탑이었던 이충희 감독은 농구대잔치 시절 당대를 평정한 레전드슈터 출신이며 이후 리그에서 명성높은 슈터들을 줄줄이 영입한 바 있다. 조성원, 조우현, 조상현, 문태종, 조성민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팀 전력을 끌어올려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하기 위함이었다. 아쉽게도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승의 한은 풀지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점에서 루키 유기상(23‧188cm)은 LG팬들의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외부영입이 아닌 순수하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송골매 유니폼을 입은 것을 비롯 대형 슈터로서의 재능이 돋보이는 이른바 싹이 보이는 유망주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로까지 언급되고 있다.
슈터로서 봤을 때 유기상은 장점이 많다.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타이밍이 맞았다싶으면 수비가 달려들거나 같이 떠도 아랑곳하지않고 슛을 던진다. 자신만의 리듬도 가지고있어 블록슛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않은 유형이다. 거기에 신장대비 윙스팬(197cm)이 워낙 좋은지라 스틸, 리바운드, 블록슛 등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볼소유를 간결하게하면서 자신에게온 찬스는 놓치지않고 거기에 수비까지 빼어난…, 국내에 보기드문 3&D 자원으로의 발전가능성이 높다.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클레이 탐슨(전성기 기준)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유형은 어떤 구성에도 잘맞는 조각인지라 지도자들이 선호하는 유형이다. 될성부른 떡 잎 유기상이 아직까지 무관에 그치고있는 LG에서 우승 슈터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