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라건아, 여전한 국제대회 최고의 믿을맨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아쉽게 분패했다. 22일 호주 벤디고 레드 에너지 아레나서 있었던 2025년 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1차전에서 호주에 71-85로 역전패한 것. 가장 최근 대결이었던 2014년 FIBA 월드컵에서 당한 55-89 대패를 설욕하지 못했다.
호주전이 어려울 것이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 있다. 양팀의 전력차이가 워낙 크게 나기 때문이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51위인 한국에 비해 호주는 무려 랭킹 4위다. 허훈, 최준용, 이현중, 여준석 등 핵심선수들이 합류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런식으로 따지면 호주는 2~3군 전력이다. 제대로 선수단을 꾸린 호주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강자다.
뒷심이 아쉬웠다. 전반 한때 38-27까지 앞선 것을 비롯 3쿼터 초반 45-36까지 달아나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 정말로 호주를 잡는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분위기가 팬들 사이에서 돌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쿼터에서 뒤집혔다. 경기 종료 6분 6초 전 61-64로 역전당한 것을 비롯 이어진 시소게임에서 라건아(35‧200.5cm)가 파울 트러블로 잠시 빠지면서 흐름이 넘어갔다. 이후 힘에서 밀리며 결국 승기를 내주고 말았다.
라건아가 잠시 없는사이 흐름을 넘겨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그에 대한 의존도는 컸다. 아무리 예전같지 않다지만 라건아는 라건아였다. 적어도 국내 대표팀에서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입증하듯 21득점, 14리바운드로 이름값을 해냈다. 라건아는 제몫을 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지원사격이 아쉬웠다.
변준형과 하윤기, 이정현이 9득점씩 올린 것이 전부였다. 여러명이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호주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첫경기를 내준 대표팀은 25일 강원도 원주에서 있을 태국과의 2차전에 승부수를 던져야한다. 태국에게마저 패한다면 이후 큰 부담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하는 것을 비롯 경우의 수를 계속해서 따져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때문이다.
아시아컵 예선은 4개국씩 6개조로 나뉘어 열리고 있는데 각 조 1, 2위와 3위에 자리한 6개국 중 4개국이 본선 진출권을 가져간다. 본선은 내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며 예선을 통과하고 올라온 16개국이 경쟁하게된다. 한국은 호주, 인도네시아(74위), 태국(91위)과 A조에 포함되었는데 내년 2월까지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총 6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KBL에서의 라건아는 경쟁력이 예전같지않아진 것이 사실이다. 한때 최고 수준에서 위상을 뽐내던 시절도 있었으나 나이로 인한 기량하락으로 인해 더 이상 젊은 외국인선수들을 앞서지못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선수들과 비교해 라건아는 신체조건, 운동능력 등에서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체력을 바탕으로 부지런히 뛰고 또 뛰는 에너지 레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리그 적응이 필요한 외국인선수들과 달리 풍부한 국내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토종 선수들과 손발이 잘 맞는 편이며 상대팀 주요 선수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라건아가 다른 외국인선수들과 가장 크게 다른 요소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가 없는 것처럼 라건아도 이제는 한창 때에 비해 활동량, 신체능력 등에서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BQ로 농구하는 스타일이 아닌 이상 갑자기 다른 색깔로 변화를 줘서 반등한다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드러났듯이 국가대표로서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상위클래스 플레이어다.
물론 최상은 라건아를 대체할 새로운 귀화선수가 합류하는 것이다. 거기에 계약만료가 얼마남지않은 라건아까지 남아주면 그보다 더 좋을순없다. 라건아 본인 역시 인터뷰 등을 통해 계약연장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 및 제대로 체계화 되지않은 어지러운 사안 등으로 인해 쉽지않아 보인다. 아시아 각국이 다수의 귀화선수를 활용하고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대표팀 역시 전력보강을 위한 의지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