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의 루즈 볼 싸움, 삼성의 변화 중 하나
이원석(206cm, C)의 루즈 볼 싸움이 인상적이었다.
서울 삼성은 지난 2월 29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수원 KT에 86-106으로 졌다. 9승 34패로 9위 안양 정관장(13승 30패)와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다만, 2월 전적 4승 3패. 2월 승률은 아직 5할 이상이다.
이원석은 2021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큰 키에 스피드와 기동력, 탄력을 지닌 빅맨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데뷔 시즌부터 힘의 한계를 맛봤다. 마른 신체 조건이 상대 외국 선수나 상대 빅맨의 먹잇감이 됐기 때문. 부족한 힘으로 인한 잦은 부상 역시 이원석의 성장을 막았다.
그래서 이원석은 2022년 여름 몸을 탄탄히 만들었다. 근력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또, 연세대 시절 함께 했던 은희석 감독 밑에서 빅맨의 기초를 다시 가다듬었다. 일취월장한 건 아니지만, 그 속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두 번째 비시즌을 보낸 이원석은 은희석 감독으로부터 또 하나의 과제를 받았다. ‘다양한 공격 옵션’과 ‘자신감’이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긴 슈팅 거리와 돌파, 공격 적극성과 몸싸움 등이었다. 이는 이원석에게 큰 변화였다.
그러나 이원석의 퍼포먼스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35경기 평균 23분 25초 출전에, 경기당 7.5점 6.0리바운드(공격 2.3) 1.0어시스트. 게다가 이원석은 최근 마스크를 끼고 경기한다. 코뼈를 다쳤기 때문. 여러 이유로, 제 컨디션을 발휘하기 어렵다.
다만, 삼성은 2월 6경기에서 4승을 기록했다. 여러 선수들의 높은 에너지 레벨이 삼성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원석의 높이와 투지 또한 원동력 중 하나였다. 이원석이 이번 KT전에서도 장점을 보여준다면, 삼성은 KT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원석은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기 시작 4분 27초 만에 처음으로 나섰다. 끼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 차민석(200cm, F)에게 넘겨줬다.
마스크가 사라졌지만, 이원석의 의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원석은 공수 리바운드부터 가담했다. 루즈 볼에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직접적인 결과를 낸 건 아니었지만, 팀의 에너지 레벨을 높였다. 김효범 삼성 감독대행도 이원석의 투지에 박수를 보냈다.
또, 이원석은 매치업인 하윤기(204cm, C)를 거칠게 막았다. 하윤기에게 좋은 공간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몸싸움 강도를 더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삼성의 공수 전환 속도가 KT보다 느렸다. 특히, 삼성의 백 코트 속도가 KT의 공격 전개 속도보다 느렸다. 그래서 삼성은 너무 쉽게 실점했다. 스피드 싸움에서 밀린 삼성은 1쿼터 종료 2분 18초 전 두 자리 점수 차(15-25)로 밀렸다.
다만, 이원석은 1쿼터에 5분 33초만 뛰었음에도 4개의 리바운드(공격 1)를 기록했다. 양 팀 선수 중 1쿼터 최다 리바운드. 반대로, 이원석이 나서지 않을 때, 다른 삼성 선수들이 리바운드에 집중해야 했다.
이원석은 2쿼터 시작 2분 20초에 다시 나섰다. 마스크를 쓰고 나온 이원석은 하윤기나 마이클 에릭(210cm, C)을 막았다. 누구를 막아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높은 점프로 두 선수를 압박했다.
공격 진영에서도 저돌적이었다. 저돌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가 이원석의 집중력을 끌어올렸고, 집중한 이원석은 2쿼터 종료 4분 33초 전 드리블 점퍼를 성공했다. 이원석에게 실점한 KT는 전반전 마지막 타임 아웃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스마엘 레인(202cm, F)이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협력수비를 유도할 때, 이원석이 림 근처에서 기다렸다. 레인과 눈을 맞춘 후, 레인의 패스를 받아먹었다. KT의 타임 아웃 후에도 KT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이원석은 그 후에도 볼에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어느 곳에서든 그랬다. 삼성과 KT의 차이가 좁혀진 건 아니었지만, 이원석의 루즈 볼 사랑(?)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41-56으로 3쿼터를 시작했다. 이원석은 3쿼터를 벤치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이원석이 코트에 없는 시간 동안, 삼성은 확 밀렸다. 3쿼터 시작 3분 10초 만에 48-69로 밀렸다.
이원석은 3쿼터 종료 2분 58초 전에야 코트로 돌아왔다. KT의 지속적인 2대2에 3점 라인까지 수비했다. 동시에, 하윤기의 골밑 침투 또한 살폈다.
이원석은 페인트 존에 있는 코번을 빠르게 포착했다. 코번한테 빠르게 패스. 볼을 받은 코번이 연속 득점했다. 삼성은 4쿼터 시작 1분 46초 만에 75-82로 KT를 가시권에 뒀다.
이원석은 4쿼터 시작 2분 10초 만에 코트에서 물러났다. 얼마 되지 않아 코트로 다시 나섰지만,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윤기의 경쟁력 또한 인정해야 했다.(이원석 기록 : 21분 7초, 9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 하윤기 기록 : 30분 45초, 21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 다만, 하윤기한테 밀리지 않은 게 있었다. 루즈 볼을 향한 투지와 승부를 향한 근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