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억 마지노선 흔들어서?' 류현진 왜 계약 아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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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억 마지노선 흔들어서?' 류현진 왜 계약 아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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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달러(약 133억원)를 류현진(37)에게 쓸 것 같진 않다."

베테랑 좌완투수 류현진이 여전히 행선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잔류할지 한국으로 복귀해 친정팀 한화 이글스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지 지금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미국 언론은 FA 개장 당시만 해도 류현진이 연봉 1000만 달러 수준에 1~2년 단기 계약은 가능하리라고 평가했는데, 지금은 1000만 달러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도 내고 있다. 시장에서 버티는 시간만큼 몸값이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류현진의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잔류를 선택한다면 현재 가장 유력한 행선지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수인 좌완 블레이크 스넬과 연장 계약을 하지 못하고 시장에 내보내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큰 구멍이 생겼다. 뉴욕 양키스에 후안 소토와 토미 팸을 내주는 트레이드로 선발투수 마이클 킹을 영입하긴 했으나 스넬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부족하다. 샌디에이고 구단이 긴축 재정을 선언한 상황이라 큰돈을 쓰지 못하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수 다수를 보유하는 정책을 써야 하는데, 류현진이 가장 적합한 카드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단순히 미국 언론의 추측으로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인 '뉴욕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지난 9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는 좌타 외야수를 찾는 데 흥미를 보이고 있다.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는 켄리 잰슨 영입전에 뛰어든 후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류현진과 같은 선발투수에게 훨씬 더 흥미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 소식을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는 지난 10일 디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 기자 대니스 린의 보도를 인용해 '샌디에이고 구단 관계자는 류현진과 마이클 로렌젠, 에릭 라우어와 같은 투수들이 영입 리스트에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류현진과 샌디에이고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데 관심이 계약으로는 도통 이어지지 않고 있다. 계약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건 곧 구단과 선수가 생각하는 조건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협상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물이고, 현재 FA 시장에 남은 거물로 꼽히는 스넬과 외야수 코디 벨린저 등을 모두 데리고 있어 류현진 계약까지는 속도가 붙지 않는 듯하다.

미국 언론은 류현진이 당초 예상과 달리 연봉 1000만 달러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도 조금씩 내고 있다. 지출을 줄이고 있는 샌디에이고가 가장 유력한 구단이기에 이런 추측이 무리가 있는 건은 아니다. 샌디에이고는 올해 선수단 연봉 총액(페이롤)을 2억 달러(약 2666억원)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겨우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래도 그동안 큰돈을 펑펑 쓰는 바람에 2억 달러 기준에서 아주 여유 있게 페이롤을 줄이지도 못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97.3더팬'은 11일 '류현진은 아마 100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에게 1000만 달러 이상을 쓸 것 같지는 않다. 샌디에이고에 더 많은 투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샌디에이고가 현재 쓸 수 있는 1800만 달러 가운데 1000만 달러를 류현진에게 쓸 것 같진 않다'며 '류현진은 아마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견까지 덧붙였다.

류현진이 지금까지 시장에 남아 있다는 것은 미국 잔류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잔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면, 한화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 복귀로 가닥을 잡고 계약까지 매듭을 지었을 것이다. 류현진으로선 지금 메이저리그를 떠나면 다시 돌아가기는 힘들기 때문에 끝에 끝까지 고민을 이어 가고 있는 듯하다.

쉽게 빅리그 무대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어서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는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 류현진은 그런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시즌을 보낸 선수기에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노는 류현진의 제구력은 정평이 나 있고, 팔꿈치와 어깨 등 큰 수술을 받고도 재기에 성공하며 괴물 투수의 위력을 여전히 보여줬다.

2013년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10시즌 통산 성적은 186경기, 78승48패, 1055⅓이닝, 평균자책점 3.27이다. 올스타 시즌을 보낸 2019년에는 29경기, 14승5패, 182⅔이닝, 평균자책점 2.32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르며 그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최종 투표에서 2위에 올랐다. 덕분에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1066억원)에 계약하며 에이스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 고우석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들과 함께 빅리그에서 11번째 시즌을 보낼지, 한화에서 화려한 마무리를 준비할지 류현진의 마지막 선택이 갈수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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